2014~2016 유가 폭락과 박스피: 지루함이라는 시련
폭락만이 시련은 아닙니다. 유가가 4분의 1 토막 나고, 코스피가 좁은 상자에 갇혀 수년을 횡보한 시기입니다. 방향 없는 시장이 투자자를 어떻게 갉아먹는지 짚어봅니다.
배럴당 100달러에서 26달러로
2014년 중반까지 WTI 원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었습니다. 그해 6월의 고점은 약 108달러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셰일 혁명으로 공급이 쏟아지는 와중에 OPEC이 감산을 거부하자 유가는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2016년 2월 26달러선까지 추락했습니다. 1년 반 만에 4분의 1 토막입니다. 산유국의 재정이 흔들리고 에너지 기업의 부도 위험이 시장을 짓눌렀지만, 동시에 기름값 하락은 소비국에는 감세나 다름없었습니다. 같은 하락도 어느 자산을 들고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했습니다.
차이나 쇼크와 메르스
2015년에는 중국이 흔들렸습니다. 6월부터 상하이 증시가 한 달 만에 30% 급락했고, 8월에는 위안화 전격 절하와 함께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가 왔습니다. KOSPI도 이날 1,830선까지 밀렸습니다. 나라 안에서는 메르스 사태가 내수와 소비 심리를 얼렸습니다. 한 방에 무너뜨리는 큰 위기는 없었지만, 잔펀치가 끊이지 않으며 체력을 소모시키는 시기였습니다.
박스피: 갇힌 시장
무엇보다 이 시기의 KOSPI는 대체로 1,900~2,100의 좁은 상자에 갇혀 수년을 횡보했습니다. '박스피'라는 자조 섞인 별명이 굳어진 때입니다. 오르면 펀드 환매가 쏟아지고 내리면 저가 매수가 받치는, 답답한 균형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이 닷컴 버블 이후 15년 만의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격차를 벌리자 '국장 탈출'이라는 말이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종목만이 아니라 시장 자체를 고르는 것도 투자 판단이라는 감각이 이때 자랐습니다. 예금 금리마저 1%대로 내려앉아, 기다림의 비용도 만만치 않던 시기였습니다.
게임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녹는 것들
쇼보에서 이 구간은 레버리지·인버스 보유자가 횡보장의 가치 잠식을 가장 뼈저리게 학습하는 시기입니다. 방향이 없는 시장에서 파생 상품은 가만히 있어도 녹습니다. 지루함을 견디며 예금으로 버틸 것인가, 환율을 안고 미국 자산으로 갈아탈 것인가. 폭락장보다 조용하지만, 성적표에는 똑같이 기록되는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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